가뭄 예경보 발표, 전국 53곳 관심…충청은 200㎜ 물폭탄 왜?

가뭄 예·경보가 7월 10일 오후 발표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6개월(1.2.~7.1.)간 전국 누적 강수량이 평년(1991~2020년 평균)의 83.6%(403.4㎜)에 그치면서, 부산·대구·인천 등 전국 53개 지역(167개소)에 기상가뭄 ‘관심’ 단계가 발생했다.

그런데 발표 나오기 하루 전인 7월 9일, 충청권은 이틀 새 200㎜가 넘는 물폭탄을 맞았다. 청주는 이틀간 누적 235.5㎜, 보은은 233.2㎜의 비가 쏟아져 하천이 범람하고 주민 300여 명이 대피했다. 같은 시기, 같은 나라 안에서 한쪽은 가뭄을 걱정하고 다른 한쪽은 홍수를 걱정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번 예·경보를 “비가 안 온다”는 단순한 소식으로만 읽으면 안되는 이유다.

전국 강수량 평년의 83.6%, 정작 가장 심한 곳은 수도권

보도자료의 지역별 강수량 표를 뜯어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나온다. 헤드라인에는 부산·대구·인천이 가뭄 관심 지역으로 언급됐지만, 정작 평년 대비 강수량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곳은 서울·인천·경기(67.5%)**다. 반면 광주·전남은 오히려 평년보다 비가 많이 내렸다(111.2%).

지역강수량(㎜)평년값(㎜)평년비(%)
전국403.4473.983.6
서울·인천·경기263.3389.867.5
강원 전체374.1424.888.1
충북310.1426.772.6
대전·세종·충남346.5434.979.5
전북356.2460.677.6
광주·전남646.2573.4111.2
대구·경북328.6411.179.7
부산·울산·경남527.5610.485.9
제주882.0746.5115.7

실제로 가뭄 관심 단계가 걸린 지역 명단(붙임 자료)을 보면 수원·성남·부천·평택·안산·고양·용인·파주 등 경기도 시군이 유독 많다. 강수량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았던 지역과 정확히 겹치는 것이다.

저수율 50.8%, 숫자만 보면 경북이 최저지만 진짜 빠듯한 건 충북

농업용 저수지의 전국 평균 저수율은 50.8%로 평년(60.1%) 대비 84.5% 수준이다. 이 표에서도 ‘절대 수치’와 ‘평년 대비 비율’이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역저수율(%)평년값(%)평년비(%)
전국50.860.184.5
경기48.457.284.6
강원 전체60.256.4106.7
충북46.262.374.2
충남84.861.5137.9
전북50.263.878.7
전남49.459.183.6
경북43.657.675.7
경남53.557.792.7

경북(43.6%)은 저수율 절대 수치로만 보면 전국에서 가장 낮다. 하지만 원래 그 지역 평년 저수율(57.6%) 자체가 낮은 편이라, 평년 대비로 따지면 92.7%로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반대로 충북은 저수율 자체는 46.2%로 중간이지만, 평년 대비 74.2%로 전국에서 가장 부족한 상태다. 두 지역 모두 ‘관심’이 필요하지만, 원인과 심각도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충남은 저수율 84.8%로 평년보다 오히려 37.9% 높은데, 최근 청양·계룡·공주 등지에 쏟아진 장맛비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뭄 발표 사흘 만에 충청은 물폭탄, 무슨 일이었나

7월 8~9일 장마전선이 충청권을 통과하면서 청남대(청주) 235.5㎜, 보은 233.2㎜, 증평 199.5㎜, 진천 199.0㎜ 등 200㎜ 안팎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 비로 충청권에서만 311세대 651명이 일시 대피했고, 보은 회인면에서는 저수지 수위 급상승으로 주민 82명이 마을회관으로 긴급 대피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세종 도암교, 청주 미평천·달천 옥화1교 등 9곳에 홍수특보를 발령했고, 청주 미평천과 달천 옥화1교 구간은 한때 홍수경보 ‘심각’ 단계까지 올라갔다.

이게 가뭄 예·경보와 모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번 가뭄 발표는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을 기준으로 한 ‘기상가뭄’ 판단이고, 충청권 물폭탄은 이틀 사이 쏟아진 국지성 폭우다. 장기간 누적으로는 비가 부족했던 지역에서도, 장마철 며칠 사이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저수지는 순식간에 채워지고 하천은 범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기상청은 이런 ‘돌발가뭄’이 최근 잦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3개월 누적 강수량을 반영하는 표준강수지수(SPI3)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과거 강릉 가뭄이 ‘관심’에서 ‘심각’ 단계로 불과 38일 만에 악화된 사례가 이런 개편의 배경이 됐다. 6개월 단위로만 가뭄을 판단하면, 단기간의 극단적인 기상 변화를 놓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관심·주의·경계·심각, 가뭄 단계 기준은 어떻게 나뉘나

가뭄 예·경보 용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기준은 생각보다 명확하다. 기상가뭄은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을 이용한 표준강수지수(SPI6)를 기준으로 나뉜다. 표준강수지수가 -1.0 이하(평년 대비 약 65%)면 ‘관심’, -1.5 이하(평년 대비 약 55%)면 ‘주의’, -2.0 이하(평년 대비 약 45%)로 20일 이상 지속되면 ‘경계’ 단계로 넘어간다. 농업가뭄은 조금 더 직관적이다. 논은 평년 저수율이 70% 이하면 관심, 60% 이하면 주의, 50% 이하면 경계, 40% 이하면 심각 단계로 발령된다. 이번에 전국 평균 저수율이 50.8%였다는 건, 전국 단위로 보면 아직 ‘경계’ 문턱에는 닿지 않았다는 뜻이다.

가뭄·홍수 동시 대비 체크포인트 3가지

이번처럼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걸쳐 있는 시기엔, 아래 세 가지만 체크해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1. 우리 지역 저수율부터 확인 : 국가가뭄정보포털(drought.go.kr)에서 시군구 단위로 저수율과 가뭄 단계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전국 평균(50.8%)만 보고 안심하면 안 된다. 지역별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2. 농업인은 대체 수원 공급 대상인지 확인 : 정부는 저수율이 낮은 지역에 하천수를 이용한 양수저류·직접급수 등 선제적 대책을 이미 시행 중이다. 자신의 농지가 대상 지역에 포함되는지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하는 게 빠르다.
  3. 가뭄 지역이라도 집중호우 예보는 확인 : 이번 충청권 사례처럼, 6개월 누적으로는 가뭄이어도 장마철 며칠 사이 극한호우가 겹칠 수 있다. 저지대·상습 침수 지역 주민은 가뭄 관심 단계라고 방심하지 말고 호우특보도 함께 챙겨야 한다.

🔗 국가가뭄정보포털에서 우리 지역 가뭄 단계 확인하기 🔗 기상청 날씨누리 특보 현황 확인하기

윤기자의 한마디 이번 가뭄 예·경보를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드는 의문이 있다. “우리 동네도 가뭄 관심 단계라는데, 어제는 왜 비가 왔지?”라는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가뭄 예·경보는 6개월 누적치를 보는 ‘느린 지표’이고, 장마철 집중호우는 며칠 사이에 상황을 뒤집는 ‘빠른 변수’라 두 지표가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

저수율과 강수량 발표를 접하면 “전국 평균 수치만 보고 우리 지역도 괜찮겠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번 표에서 보듯 서울·인천·경기(67.5%)와 광주·전남(111.2%)의 격차만 봐도, 전국 평균 하나로는 지역별 실제 상황을 전혀 짐작할 수 없다는 게 이번 발표 데이터가 보여주는 결론이다.

지금 당장은 국가가뭄정보포털에서 본인 시군구 저수율을 확인하고, 저지대·상습 침수 지역이라면 가뭄 단계와 무관하게 호우특보도 함께 챙기는 습관을 들이는 게 실질적인 안전 확보 방법이다.

(출처: 행정안전부,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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