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총액표시제 도입, 7일 환불 기준은?

정부가 중고차 인터넷 광고에 차량가격과 모든 수수료를 포함한 총액 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광고에 ‘500만 원’이라고 적혀 있으면, 앞으로는 그 500만 원만 내고 차를 살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는 8월 6일 국무총리 주재 제12회 국가정책조정회의 논의를 거쳐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다. 구매 후 7일 이내에 엔진 같은 주요 장치에서 중대한 하자가 발생하면 계약을 해제하고 환불받을 수 있는 길이 새로 열린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고차는 ‘한 번 사면 끝’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 벽에 처음으로 금이 가는 셈이다.

광고가에 100만 원 붙던 ‘숨은 수수료’, 왜 문제였나

중고차를 사 본 사람이라면 계약서를 쓰는 순간 당황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광고에는 500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막상 계약서에는 매도비, 알선수수료, 성능보험료가 줄줄이 붙어 100만 원이 넘는 추가금이 찍히는 식이다. 국토부 자료에 실린 실제 각색 사례에서도 20대 A씨가 예산 500만 원으로 차를 골랐다가 매도비 44만 원, 알선수수료 20만 원, 성능보험료 50만 원 등 총 100만 원이 넘는 추가금을 마주하고 바가지 쓴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관행이 가능했던 건 광고 단계에서 총비용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매도비, 알선비, 등록신청대행비, 성능보험료 같은 추가 수수료가 매매가격의 30%를 넘는 경우도 발생했다. 반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광고 시 지불총액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번 총액표시제는 이 국제 기준을 따라가는 조치다.

핵심은 광고 화면에서부터 최종 지불금액을 다 보여주도록 한 것이다. 국토부가 제시한 예시를 보면 차량가격 500만 원짜리 차는 관리비 44만 원, 보험료 11만 원까지 더한 ‘555만 원’으로 광고해야 한다. 광고에 없던 비용을 계약 단계에서 슬쩍 청구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성능보험료 5년 새 2.2배, 왜 소비자가 냈을까

두 번째 축은 성능·상태점검의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다. 국토부는 중고차 민원의 약 80%가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부실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했다. 사고이력이나 엔진·미션 하자가 점검기록부에 제대로 안 잡혀서 이를 믿고 산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구조였다.

문제의 뿌리에는 2019년 도입된 성능보험이 있다. 원래 이 보험은 점검자가 가입하는 것인데, 보험료가 매매업자를 거쳐 결국 소비자에게 청구됐다.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은 배상책임보험료를 본인이 부담하는데, 유독 중고차 시장에서는 점검자의 보험료를 소비자가 대신 낸 셈이다. 그 결과 소비자에게 전가된 성능보험료는 5년 만에 2.2배로 뛰었고, 보험료에서 사업비(이윤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달했다. 자동차보험 사업비율이 16%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앞으로는 침수나 사고이력 같은 중요 항목에서 점검 오류가 나면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소비자가 항의해도 “단순 실수”라며 넘어가던 관행에 제동을 거는 장치다. 매매업자와 성능점검자의 하자 발생률 같은 신뢰도 정보도 매년 공시하고, 이를 토대로 우수사업자를 지정해 소비자가 믿고 고를 수 있도록 한다.

판매자가 책임지는 하자보증, 7일 환불은 어떻게

세 번째는 하자보증 책임의 주체를 바꾸는 것이다. 그동안은 점검자가 가입한 성능보험에 하자수리를 떠넘기는 구조여서, 정작 차를 판 매매업자는 책임에서 비껴갔다. 국토부는 민법상 판매자의 하자담보책임과 OECD 주요국 기준에 맞춰 하자보증 책임을 매매업자에게 부여하고, 기존 성능보험을 매매업자 의무보험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보장 기간과 항목은 늘리고 보험료 부담은 낮추는 방향이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7일 환불의 구체적 기준은 아래와 같다.

구분계약 해제(환불) 기준
대상 장치엔진, 미션 등 차량 주요장치
시점구매 후 7일 이내 하자 발생
수리비 요건수리비 300만 원 이상 그리고 매매가의 30% 이상
수리기간 요건수리기간 30일 이상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수리비 요건은 ‘300만 원 이상’과 ‘매매가의 30% 이상’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0만 원짜리 차라면 수리비가 300만 원을 넘어도 매매가의 30%(600만 원)에 못 미치면 이 기준으로는 환불받기 어렵다. 다만 수리기간이 30일을 넘는 경우는 별도 요건으로 인정된다.

이 대책이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현행 중고차 환불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시행 4년이 넘었지만 올해 4월까지 교환이나 환불이 이뤄진 사례가 13건에 불과했고, 요건이 협소해 현실적으로 교환과 환불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 엔진·미션 같은 주요장치 하자로 환불 문턱을 새로 만든 것은 그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내차팔기 플랫폼, 딜러 손실이 소비자에게 오던 고리 끊는다

네 번째는 ‘내차팔기’ 플랫폼의 공정거래 질서다. 최근 많은 사람이 쓰는 온라인 경매 플랫폼에서 진단평가 오류로 딜러가 손해를 봐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클레임을 걸면 계정이 정지될까 봐 위축되는 일이 있었다. 이 손실이 결국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앞으로는 플랫폼 진단오류로 이용자에게 손실이 생기면 실제 손해액 수준의 보상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용자 잘못이 아닌 사유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것도 금지된다. 플랫폼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할 근거를 새로 만들고, 행정처분권자에 시·군·구청장 외에 국토부장관도 추가해 전국 단위 플랫폼을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 당장 바뀌는 건 아니다, 확인할 3가지

정리하면 이번 대책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다.

  1. 총액표시제 : 인터넷 광고에 모든 수수료를 포함한 총액을 표시. 광고에 없던 비용은 청구 금지.
  2. 판매자 책임 강화 : 성능보험을 매매업자 의무보험으로 통합. 7일 이내 주요장치 중대 하자 시 계약 해제 가능.
  3. 점검·플랫폼 관리 : 침수·사고이력 점검 오류는 고의 여부와 무관하게 처분. 플랫폼 진단오류 보상기준 마련.

윤기자의 한마디 지난 대책 발표 뒤 “그래서 지금 사면 광고가만 내면 되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아니다. 9월에 법령 개정안이 발의될 예정이고, 실제로 소비자가 체감하려면 입법과 시행 절차가 더 남아 있다. 당분간은 계약 전에 매도비·알선비·성능보험료를 모두 합친 총액을 반드시 서면으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소비자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것 중 하나가 ‘알선수수료(알선비)’다. 알선비는 원래 타인 소유 차량을 중개해 팔 때 받는 항목인데, 매매상사가 자기 상사에 보유한 차를 팔면서도 알선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보고된다. 이번 대책에는 매매업자 본인 소유 차량을 팔 때 알선수수료 청구를 금지하도록 명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차량번호로 다른 매매 사이트를 검색해 판매자 정보가 같은 상사인지 확인해 두면, 부당한 알선비 청구를 걸러내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 중고차 구매를 앞두고 있다면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첫째, 계약서에 찍힌 성능보험료와 매도비가 광고가에 포함돼 있었는지 대조해 볼 것. 둘째,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받아 실제 차량 상태와 다른 점이 없는지 확인할 것. 셋째, 구매 직후 이상 징후가 있으면 7일 안에 공업사 점검을 받아 근거를 남겨 두는 것이 나중에 분쟁에서 결정적이다.

🔗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원문 보기 (정책브리핑)

(출처: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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